메밀꽃 필 무렵 - 이효석 [한국문학 책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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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꽃 필 무렵 - 그리움이 피어나는 길 위에서 작품 요약강원도 봉평, 대화, 그리고 메밀꽃 핀 시골길. '메밀꽃 필 무렵'은 장터를 떠돌며 생계를 이어가는 장돌뱅이 허생원의 하루를 따라가며, 그가 지난 시절의 한 순간을 되짚는 여정을 그린다. 이야기는 대화 장날이 끝난 저녁, 허생원이 동료 조선달과 막걸리잔을 기울이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장이 끝난 뒤 노상 술판이 벌어지고, 이때 젊은 장돌뱅이 동이가 새로 일행에 합류한다. 젊고 과묵한 동이는 허생원의 눈에 어딘가 낯익고, 그와 함께 길을 나선다.  밤길을 걷는 동안, 허생원은 자신의 젊은 시절을 이야기한다. 봉평 장터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한 젊은 여인, 그리고 하룻밤의 만남. 그는 이름도 모르는 그 여인을 잊지 못했고, 시간이 한참 흐른 지금도 그 ..
금오신화 이생규장전 - 김시습 [한국문학 책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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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사랑의 약속 – 《금오신화: 이생규장전》작품 요약'이생규장전'은 조선 전기의 문인 김시습이 지은 '금오신화'에 수록된 단편 소설로, 우리 고전문학에서 가장 아름답고 기이한 사랑 이야기로 손꼽힌다. 작품은 이승과 저승,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사랑의 집념을 섬세하고 몽환적으로 그려낸다. 이야기의 주인공 이생은 경주에 사는 젊은 선비다. 글 공부에 몰두하며 조용히 살아가던 그는 어느 날 친구 집에 머무르던 중, 담장 너머로 우아한 자태를 지닌 여인을 목격한다. 그녀는 진주 목사의 딸인 최씨 부인. 서로의 눈빛에서 운명을 감지한 두 사람은 곧 연인 사이가 되고, 최 부인의 집에서 비밀스럽게 정을 나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사랑은 오래가지 못한다. 최 부인의 부친이 이들의 관계를 눈치..
무정 - 이광수 [한국문학 책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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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요약: 사랑과 계몽 사이에서 흔들리는 젊은 영혼들 '무정'은 1917년 《매일신보》에 연재되며 한국 최초의 근대 장편소설로 등장했다. 이 소설은 한 남성과 두 여성을 중심으로 한 삼각관계를 다루면서도, 그 이면에는 격변기 조선의 사상, 계몽, 민족 문제를 꿰뚫는 복합적 서사를 담고 있다. 주인공 이형식은 조선의 신교육을 받은 청년 교사로, 서구적 가치관에 영향을 받은 근대적 인물이다. 그는 명문가의 딸이자 전통적인 여성상에 가까운 김영채와 교류하던 중, 점차 지적이고 독립적인 여성 박선형에게 매력을 느끼기 시작한다. 이형식의 마음은 흔들리지만, 그것은 단순한 사랑의 문제가 아니라, 구시대의 여성과 신여성 사이에서의 가치 갈등으로 확장된다.   이형식은 영채에게 지적이고 도덕적인 각성을 요구하지만, ..
금오신화 만복사저포기 - 김시습 [한국문학 책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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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복사저포기』 – 금오신화의 환상과 현실을 넘나들다 작품 요약: 사랑은 꿈처럼, 죽음조차 잊게 한다 조선 전기, 평안도에 사는 양생이라는 젊은 선비가 있다. 그는 학문에 뜻을 두지 않고 세속을 벗어난 듯 유유자적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심심함을 달래고자 나들이에 나선 그는 백제 옛 땅이자 고요한 기운이 감도는 부여에 이른다. 마을 사람들로부터 “영험한 절”이라 알려진 만복사를 알게 된 양생은, 절 구경을 하며 묘한 정취에 빠진다. 절에서 묵기로 한 날 밤, 양생은 혼자 지내며 저포(윷놀이)를 펼쳐놓고 심심함을 달래기 시작한다. 그런데 뜻밖에도 한 아름다운 여인이 그 앞에 나타난다. 이름도 밝히지 않은 그녀는 조용히 앉아 양생과 함께 윷놀이를 하더니, 밤이 깊자 양생과 함께 사랑을 ..
홍길동전 - 허균 [한국문학 책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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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고전문학의 영원한 영웅, 『홍길동전』 작품 요약'홍길동전'은 조선시대의 모순된 신분 질서에 정면으로 맞선 한 인물의 고난과 영웅적 여정을 그린 한국 고전소설의 대표작이다. 이야기의 주인공 홍길동은 양반 아버지와 첩 사이에서 태어난 ‘서자’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총명하고 도량이 넓으며 무술과 도술에도 능했지만, 단 하나 '서자'라는 이유만으로 사회적 대우를 받지 못한다.   이런 불합리한 현실에 괴로워하던 그는 집을 떠나 방랑길에 오른다. 우연히 만난 도사에게서 도술과 병법을 배우며 내면의 힘을 키운 길동은, 세상에서 버림받은 자들이 모여 사는 산중의 도적 무리를 이끌게 된다. 그러나 그는 단순한 도둑이 아니다. 홍길동은 부패한 관리와 탐관오리의 재물을 빼앗아 가난한 백성에게 나누어 주며, 민중의 ..
봄봄 - 김유정 [한국문학 책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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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 「봄봄」 - 웃음 뒤에 숨은 농촌 현실의 민낯 작품 요약: 결혼을 미끼로 벌어지는 ‘웃픈’ 농촌 코미디 김유정의 단편소설 '봄봄'은 193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의 농촌을 배경으로, 결혼이라는 약속을 둘러싼 인간관계의 갈등과 풍자를 다룬 작품이다. 특히 어눌하고 순박한 화자인 ‘나’와 얍삽한 장인 ‘봉필’, 그리고 침묵하는 딸 ‘점순이’ 사이의 삼각 구도는 농촌극의 웃음을 넘어 사회 비판의 깊이를 담아낸다. 이야기는 ‘나’가 장인의 집에서 몇 해째 머슴처럼 일하고 있는 상태에서 시작된다. 장인은 점순이와 혼인을 약속하며 ‘조금만 더 일하고 나면’이라며 계속 시간을 끈다. 처음에는 그 말을 믿고 묵묵히 일을 하던 ‘나’는 어느 순간부터 장인의 의도에 의심을 품기 시작한다. 정말 이 결혼은 성사될까? ..
춘향전 열녀춘향수절가 [한국문학 책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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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녀춘향수절가 – 신분을 뛰어넘은 사랑과 절개의 노래 작품 요약'열녀춘향수절가'는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고전소설 '춘향전'의 이본 중 하나로, ‘정절’이라는 주제를 유독 강하게 강조하는 판본이다. 여기서 춘향은 단순한 기생의 딸이 아니라, 절개와 도덕적 신념으로 권력에 맞서는 주체적인 인물로 묘사된다. 이야기의 시작은 남원 광한루. 양반가 자제인 이몽룡은 봄놀이를 즐기던 중, 절세미녀 성춘향과 우연히 마주친다. 그녀는 기생 출신 월매의 딸로, 비록 출신은 낮지만 교양과 자태는 감탄을 자아낸다. 두 사람은 첫눈에 반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혼례는 아니지만 사실혼 관계를 맺는다. 하지만 이들의 행복은 오래가지 않는다. 이몽룡이 부친을 따라 한양으로 떠나면서 이별이 찾아온다. 춘향은 떠나는 몽룡에게 변함없..
술 권하는 사회 - 현진건 [한국문학 책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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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잔에 담긴 침묵의 저항 – 현진건 『술 권하는 사회』작품 요약현진건의 단편소설 '술 권하는 사회'는 제목만 보면 가벼운 풍자극 같지만, 그 안에 담긴 주제는 꽤나 묵직하다. 작품은 일제강점기의 부조리한 현실 속에서, 자신의 신념과 현실 사이에서 무너져가는 한 지식인의 비극을 그린다. 이야기는 ‘나’가 친구 윤 선생을 오랜만에 만나며 시작된다. 장소는 다름 아닌 술집이다. 윤 선생은 과거 진보적이고 이상주의적인 교육자였다. 그러나 오늘 그가 앉아 있는 모습은 어딘지 피곤하고 허탈해 보인다. 반가운 마음에 ‘나’는 말을 건네고, 대화의 물꼬를 트려 하지만 윤 선생은 거의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대신 그는 계속해서 술만 마신다.  이 침묵은 단순히 말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의 침묵은 무언의 항변이며, 내..
B사감과 러브레터 - 현진건 [한국문학 책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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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요약: 사랑을 통제하려 한 여자, 통제할 수 없었던 마음 현진건의 단편소설 'B사감과 러브레터'는 1930년대 여성 기숙사를 배경으로 한 심리극이자 풍자극이다. 주인공 B사감은 ‘사감’이라는 직책답게 기숙사의 질서를 유지하고자 애쓴다. 그러나 그 방식은 지나치게 엄격하고, 감정까지 통제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특히 학생들의 ‘연애’를 용납하지 않으며, 몰래 주고받는 러브레터에 대해선 예민하게 반응한다. 작품은 기숙사 학생들이 은밀하게 주고받는 연애 편지 한 통이 발단이 되어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어느 날 B사감은 우연히 방 바닥에 떨어져 있는 한 통의 러브레터를 발견하게 되고, 그 즉시 회의적인 시선을 품으며 학생들에 대한 감시를 시작한다.   B사감은 편지의 필체와 표현을 분석하면서 ..
운수 좋은 날 - 현진건 [한국문학 책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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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의 아이러니 – 현진건 「운수 좋은 날」작품 요약서울 종로 거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이야기는 인력거꾼 김 첨지의 단 하루를 따라간다. 그날은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궂은 날이었다. 보통 같았으면 일이 뜸했겠지만, 이상하게도 아침부터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김 첨지는 속으로 생각한다. “오늘은 운수가 좋다.” 하지만 이 ‘운수’의 그림자엔 아픈 아내가 누워 있다. 병이 깊어져 거의 말을 잃은 그녀는, 전날 밤에 겨우 입을 열어 “오늘은 꼭 돈을 좀 벌어 오세요”라고 말한다. 김 첨지는 그 말이 가슴에 남은 채 새벽부터 인력거를 끌고 거리로 나선다.  첫 번째 손님은 약간 어눌한 청년이었다. 잠깐 돈벌이는 되었지만, 큰 수입은 아니다. 다음 손님은 급히 병원으로 가야 하는 젊은 여인이었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