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권하는 사회 - 현진건 [한국문학 책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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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전집
술잔에 담긴 침묵의 저항 – 현진건 『술 권하는 사회』작품 요약현진건의 단편소설 '술 권하는 사회'는 제목만 보면 가벼운 풍자극 같지만, 그 안에 담긴 주제는 꽤나 묵직하다. 작품은 일제강점기의 부조리한 현실 속에서, 자신의 신념과 현실 사이에서 무너져가는 한 지식인의 비극을 그린다. 이야기는 ‘나’가 친구 윤 선생을 오랜만에 만나며 시작된다. 장소는 다름 아닌 술집이다. 윤 선생은 과거 진보적이고 이상주의적인 교육자였다. 그러나 오늘 그가 앉아 있는 모습은 어딘지 피곤하고 허탈해 보인다. 반가운 마음에 ‘나’는 말을 건네고, 대화의 물꼬를 트려 하지만 윤 선생은 거의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대신 그는 계속해서 술만 마신다.  이 침묵은 단순히 말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의 침묵은 무언의 항변이며, 내..
B사감과 러브레터 - 현진건 [한국문학 책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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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전집
작품 요약: 사랑을 통제하려 한 여자, 통제할 수 없었던 마음 현진건의 단편소설 'B사감과 러브레터'는 1930년대 여성 기숙사를 배경으로 한 심리극이자 풍자극이다. 주인공 B사감은 ‘사감’이라는 직책답게 기숙사의 질서를 유지하고자 애쓴다. 그러나 그 방식은 지나치게 엄격하고, 감정까지 통제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특히 학생들의 ‘연애’를 용납하지 않으며, 몰래 주고받는 러브레터에 대해선 예민하게 반응한다. 작품은 기숙사 학생들이 은밀하게 주고받는 연애 편지 한 통이 발단이 되어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어느 날 B사감은 우연히 방 바닥에 떨어져 있는 한 통의 러브레터를 발견하게 되고, 그 즉시 회의적인 시선을 품으며 학생들에 대한 감시를 시작한다.   B사감은 편지의 필체와 표현을 분석하면서 ..
운수 좋은 날 - 현진건 [한국문학 책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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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의 아이러니 – 현진건 「운수 좋은 날」작품 요약서울 종로 거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이야기는 인력거꾼 김 첨지의 단 하루를 따라간다. 그날은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궂은 날이었다. 보통 같았으면 일이 뜸했겠지만, 이상하게도 아침부터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김 첨지는 속으로 생각한다. “오늘은 운수가 좋다.” 하지만 이 ‘운수’의 그림자엔 아픈 아내가 누워 있다. 병이 깊어져 거의 말을 잃은 그녀는, 전날 밤에 겨우 입을 열어 “오늘은 꼭 돈을 좀 벌어 오세요”라고 말한다. 김 첨지는 그 말이 가슴에 남은 채 새벽부터 인력거를 끌고 거리로 나선다.  첫 번째 손님은 약간 어눌한 청년이었다. 잠깐 돈벌이는 되었지만, 큰 수입은 아니다. 다음 손님은 급히 병원으로 가야 하는 젊은 여인이었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