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 감상평 — 창조가 낳은 괴물,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

2025. 4. 14. 19:12·세계문학전집/영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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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 감상평 — 창조가 낳은 괴물,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

 

메리 셸리는 눈 덮인 알프스 산맥에서 ‘괴물’의 독백을 빌려 과학과 윤리, 그리고 배제된 존재의 절규를 시대를 초월한 질문으로 던진다.

작품 줄거리 요약

1818년, 북극을 탐험하던 영국의 선장 로버트 월턴은 광활한 얼음 위에서 탈진한 한 남자를 구조한다. 이 남자,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스스로의 과오와 비극을 후세에 경고하고자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이야기는 그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다. 스위스 제네바 출신의 빅터는 과학과 철학에 심취하며 자라났고, 인간의 생명 그 자체를 창조하고자 하는 욕망에 휩싸이게 된다.

그는 인체의 구조를 연구하고 시체를 수집해 마침내 생명을 부여하는 법칙을 알아낸다. 음산한 밤, 실험실에서 하나의 생명체를 탄생시킨 그는 창조물이 움직이자마자 끔찍한 외형에 충격을 받아 도망친다.

 

탄생의 순간
탄생의 순간

 

이후 빅터는 병으로 쓰러지고, 한동안 자신의 창조물을 잊은 채 지내지만, 곧 동생 윌리엄의 죽음 소식을 듣고 제네바로 돌아간다. 범인은 양자 저스틴으로 지목되지만, 빅터는 자신이 만든 괴물이 범인임을 직감한다. 그러나 그는 진실을 밝히지 못한 채 죄책감에 시달린다.

괴물은 빅터 앞에 나타나 자신의 고통스러운 생애를 들려준다. 숲속 오두막에서 몰래 사람들을 관찰하며 인간의 언어와 감정을 배운 그는, 선한 의도를 가지고 인간에게 다가갔지만, 모두 그를 괴물이라며 폭력적으로 몰아낸다. 스스로 책을 읽으며 인간 본성을 이해한 그는 스스로를 ‘지옥의 그림자’로 인식하게 된다.

 

숲속의 고독
숲속의 고독

 

괴물은 빅터에게 단 하나의 부탁을 한다. 자신과 함께 외로움을 나눌 동료 여성 창조물을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빅터는 그 조건을 수락하고 다시 작업에 착수하지만, 결국 두 번째 존재가 새로운 악몽이 될 것을 두려워하며 파괴해버린다. 분노한 괴물은 빅터에게 복수를 다짐한다.

 

두 번째 창조의 파괴
두 번째 창조의 파괴


그는 빅터의 친구 클레르발, 약혼자 엘리자베스를 차례로 죽이며 고통을 안긴다. 빅터는 그를 끝까지 쫓아 북극까지 따라가지만, 자신의 몸도 점점 쇠약해지고 만다. 결국 월턴의 배 위에서 죽음을 맞이한 빅터.

그의 죽음을 지켜본 괴물은 선장을 찾아와 자신의 후회와 고통, 그리고 사라질 운명을 고백한다. 자신은 태어날 때부터 사랑받지 못한 존재였으며, 결국 분노만 남았다고 이야기하며 북극의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최후의 고백
최후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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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주제와 핵심 메시지

'프랑켄슈타인'은 인간이 자연의 질서를 무시하고 신의 영역에 도달하려는 오만(hubris)에 대한 경고다. 생명을 창조한 것은 기술의 승리였지만, 그 뒤를 감당하지 못한 책임 회피가 비극을 낳았다. 또한 이 소설은 타자화, 편견, 고립 같은 사회적 주제도 함께 다룬다. 외형이 추하다는 이유만으로 혐오와 폭력을 당한 존재는 결국 사회가 만든 괴물로 변한다. 과학, 윤리, 존재의 의미까지 다루는 이 작품은 고전 중에서도 철학적 깊이가 유난히 깊다.

감상 및 개인적인 해석

이 책의 창조물은 종종 '괴물'이라 불리지만, 정작 괴물은 인간의 손에 생명을 만들고도 외면한 창조자, 즉 ‘빅터 프랑켄슈타인’일 수 있다. 현대 사회는 인공지능, 유전자 조작, 딥페이크 등 기술의 경계선을 허물고 있다. 우리는 이미 ‘창조자’의 길을 걷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피조물’이 인간성을 잃거나 통제불능이 되었을 때, 그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

또 하나의 인상 깊은 점은 이 소설 속 괴물이 끝내 이름조차 갖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이름은 곧 존재의 승인이다. 그는 세상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태어나자마자 고독 속에 던져졌다. 이 책은 외면당한 존재가 어떻게 괴물이 되는지를 철저히 보여주는, 감정적인 공감의 서사다. 그래서 ‘프랑켄슈타인’은 괴물 이야기라기보다 인간 존재의 경계에 대한 이야기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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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와 시대적 배경: 메리 셸리

메리 셸리(Mary Wollstonecraft Shelley, 1797–1851)는 철학자 윌리엄 고드윈과 여성운동가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사이에서 태어난 문학적 유산의 결실이었다. 낭만주의 시인 퍼시 비시 셸리와 결혼한 그녀는 단 19세에 '프랑켄슈타인'을 완성했다. 이는 단순한 괴기소설이 아닌, 과학과 인간성, 윤리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담은 문학작품으로, 여성 최초의 SF 작가로도 평가받는다. 메리는 당시 사회가 여성에게 허락하지 않았던 상상력과 사유의 깊이를, 젊은 나이에 이미 뛰어넘어 버린 선구적 작가였다.

함께 읽어보기

괴물을 만든 건 빅터 프랑켄슈타인이었지만, 그 괴물을 인간 아닌 것으로 만든 건 결국 사회였다는 걸 기억해보면, 고골의 『외투』나 카프카의 『변신』에서 벌레가 된 자, 외투를 잃은 자들이 겪는 소외와도 묘하게 겹쳐진다. 같은 고딕 계열의 호손 『일곱 박공의 집』도 유산과 죄의 기억이 낳는 음산한 공간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파고든다. 이 작품들과 함께 읽다 보면, 『프랑켄슈타인』이 단순한 공포 소설이 아니라 인간성과 윤리, 책임을 묻는 철학적 이야기라는 게 더 또렷해진다.

 

괴물보다 더 괴물 같은 인간을 그린 『프랑켄슈타인』은 앞서 언급했듯이 고딕소설의 전형으로 꼽힌다. 인간 내면의 어둠과 윤리적 질문을 중심으로, 다른 고딕 고전들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궁금하다면 아래 글을 함께 읽어보자.

👉 [고딕소설이란? 인간 내면을 비추는 다섯 작품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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