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 - 아서 밀러 [세계문학전집 책리뷰]](http://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
아서 밀러 『시련』 — 광기의 시대, 양심의 불꽃
작품 요약
아서 밀러의 희곡 '시련(The Crucible)'은 1692년 미국 식민지 세일럼에서 벌어진 실제 마녀재판 사건을 바탕으로 집필된 작품이다. 극단적 종교 사회에서 개인의 욕망, 거짓, 집단 히스테리가 어떻게 얽히며 사람들의 삶을 파괴해 가는지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이야기는 소녀 애비게일 윌리엄스가 다른 소녀들과 함께 숲속에서 춤을 추며 금기된 의식을 벌이다 발각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이 의식을 지켜본 목사 패리스는 사탄의 흔적이라며 충격을 받지만, 애비게일은 이를 모면하기 위해 “마녀의 힘에 지배당했다”고 고백한다. 그녀의 거짓말은 무서운 속도로 번지며, 마을 전체가 광기 어린 의심의 불길에 휩싸이게 된다.

애비게일은 과거 자신이 섬기던 집의 가장, 존 프록터와의 불륜을 잊지 못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욕망을 다시 불태우기 위해 프록터의 아내 엘리자베스를 마녀로 지목한다. 엘리자베스는 구속되고, 존 프록터는 아내를 구하기 위해 자신이 저지른 죄를 법정에 고백한다. 하지만 법정은 정의보다는 질서와 체면, 종교적 권위를 더 중시하며, 진실은 점점 묻힌다.

존은 법정에서 자기 이름을 걸고 거짓 자백을 강요받지만 끝내 서명하지 않는다. 그는 진실을 지키고자 하고,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교수형을 택한다. 마지막 순간, 그는 “나는 내 이름을 가졌소!”라고 외친다. 이는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거짓과 광기 속에서도 자신을 지킨 사람의 외침이다.

이처럼 '시련'은 단순한 재판극이 아니다. 인간의 욕망과 이기, 정의와 진실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는 개인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낸 심리극이다. 존 프록터의 비극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교훈을 전한다 —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어떤 순간에도 자신만의 ‘이름’을 지켜야 한다는 진실을.
교과서적 주제
'시련'은 집단 히스테리와 그로 인한 도덕적 공황, 체제의 폭력성에 대한 날카로운 경고다. 종교적 권위와 도덕적 강박이 한데 뒤섞인 사회에서, ‘진실’은 언제든 조작될 수 있으며, 개인은 시스템의 소모품으로 전락할 수 있다. 또한 개인의 양심이 어떻게 사회 전체에 맞설 수 있는지를 묻는 철학적 주제 역시 깊이 있게 다뤄진다. 존 프록터가 상징하는 것은 단지 한 사람의 저항이 아니라, 인간 존엄의 최후 보루다.
생각
현대 사회에서도 우리는 끊임없이 ‘마녀’를 만들어낸다. 특정 정치 성향, 성별, 인종, 혹은 실수 하나로 타인에게 낙인을 찍는 문화는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시련이다. 아서 밀러는 한 인간의 내면과 공동체의 광기가 맞부딪치는 순간을 포착했지만, 그 메시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진행중이다.
특히 '다름'에 대한 무차별 고발과 '정의'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배척을 보면, '시련'의 법정은 더 이상 과거가 아니다. 존 프록터의 결단은 우리가 언제, 어디서든 꺼내야 할 용기다. 인간은 때로 약하고, 실수하지만, 진실을 지키는 순간 비로소 강해진다는 것을 말이다.
저자 소개: 아서 밀러
아서 밀러(Arthur Miller, 1915–2005)는 미국의 대표적인 극작가로, '세일즈맨의 죽음'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바 있다. '시련'은 그가 매카시즘의 광풍 속에서 동료 예술인들이 고발당하고 추방당하는 현실을 견디며 창작한 작품이다. 그는 법정에 출석해 침묵을 지킨 대가로 여권이 취소되었고, 공산주의자라는 낙인을 감당했다. 하지만 그는 굴복하지 않았고, 그 모든 경험이 '시련' 속에 투영되어 있다. 그의 문학은 인간의 양심과 진실에 대한 끝없는 탐구로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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