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요약
높은기둥 위에 우뚝 서 있는 화려한 동상 하나. 그는 생전에 ‘행복한 왕자’로 불렸다. 몸은 순금으로 덮였고, 두 눈은 푸른 사파이어, 칼자루에는 커다란 붉은 루비가 박혀 있다. 그 누구보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외형. 그러나 그 안에는 깊은 슬픔이 깃들어 있다.
생전에 그는 궁전에서 노래와 춤, 기쁨으로만 둘러싸인 채 자라났다. 백성들의 고통은 창 너머 풍경일 뿐, 그는 단 한 번도 진정한 눈물을 흘려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를 ‘행복한 왕자’라 불렀다. 하지만 지금 그는 죽어 동상이 되었고, 이제야 세상을 진정으로 ‘내려다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깨닫는다. 세상은 너무도 춥고, 가난하고, 불공평하다는 것을.
어느 날, 남쪽으로 향하던 제비 한 마리가 그 기둥 아래에 머문다. 왕자는 제비에게 간청한다. “내 루비를 저 가난한 여인의 집으로 가져다주렴.” 제비는 머뭇거리지만, 결국 왕자의 부탁을 따라 날아간다. 이것이 이들의 첫 번째 나눔이자 연대였다.
그다음은 사파이어 눈 하나를 떼어, 추위에 떨며 성냥을 만드는 소년에게 보내준다. 그리고 또 하나의 눈도, 극심한 배고픔에 시달리는 소녀에게 전해진다. 제비는 날이 갈수록 피폐해지지만, 어느새 따뜻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다. 왕자의 진심에 감동받은 그는 결국 따뜻한 남쪽으로 떠나는 것을 포기하고, 왕자 곁에 머문다.
금박은 가난한 이들에게 하나하나 벗겨져 간다. 왕자는 더 이상 눈부시지 않다. 남은 것은 낡은 납 심장과 쇠잔한 제비뿐. 마침내 겨울이 닥치고, 제비는 너무도 추워 왕자 어깨에서 마지막 숨을 거둔다. 그 순간 왕자의 심장은 ‘딱’ 하고 갈라진다.
도시의 행정관은 이 흉물스러운 동상을 보고 철거하라고 지시하고, 남은 몸은 녹여버린다. 그러나 납 심장은 용광로에서도 녹지 않는다. 사람들은 이를 쓰레기 더미에 버린다. 하지만 하늘의 시선은 달랐다. 하나님은 천사에게 명한다. “이 도시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가져오라.” 그리고 천사는 ‘제비의 시신’과 ‘왕자의 낡은 심장’을 가져간다. 그들은 이제 천국에서 영원히 함께한다.
교과서적 주제
'행복한 왕자'는 겉으로는 동화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기독교적 희생정신, 이타주의, 진정한 행복과 고통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담은 작품이다. 왕자의 변화는 단순한 감정의 흐름이 아닌 '깨달음'의 여정을 보여주며, 진정한 사랑은 ‘주는 것’ 임을 강조한다. 또한 이 작품은 산업화 시기 영국 사회의 계급 격차와 빈곤 문제를 은유적으로 드러낸 사회적 우화이기도 하다. 황금과 보석으로 치장된 외형은 현실을 외면하는 상류층을 풍자하며, 진짜 아름다움은 ‘연민과 희생’ 안에 있음을 말해준다.
생각
개인적으로 '행복한 왕자'는 ‘아름다운 무용함’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 작품이다. 왕자는 끝내 버려지고, 제비도 죽지만, 그들의 사랑은 하늘에서는 ‘영원’으로 받아들여진다. 오늘날의 가치 체계 속에서 ‘쓸모 있음’이 우선시되는 사회적 분위기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메시지다. 아무런 실용적 이득 없이도 누군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삶, 그것은 현대 사회가 가장 경계하지만 동시에 가장 갈망하는 형태의 사랑일지도 모른다. 이 작품을 다시 읽으며, 우리는 ‘잃는 것 같지만 실은 얻는 것들’을 떠올리게 된다.
또한 제비의 존재는 매우 상징적이다. 그는 경로를 벗어난 존재이며, ‘계획 밖의 삶’을 사는 이들의 은유로 읽을 수 있다.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과 마주하며, 누군가는 하늘의 눈에 띄지 않는 희생을 하고 있다는 것. '행복한 왕자'는 그러한 이들에게 조용히 찬사를 보내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저자 소개: 오스카 와일드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 1854–1900)는 아일랜드 출신의 극작가이자 소설가로, 19세기 후반 영국 문학을 대표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날카로운 풍자와 아름다운 문체, 그리고 도덕적 역설로 많은 이들을 매료시켰으며, 대표작으로는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진지함의 중요성' 등이 있다. 그는 사회의 위선을 비판하면서도, 아름다움과 인간성에 대한 깊은 애정을 작품에 담아냈다. 특히 '행복한 왕자'는 와일드의 섬세한 감성과 도덕적 세계관이 집약된 작품으로, 오늘날까지도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세계문학전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 조제 마우루 지 바스콘셀루스 [세계문학전집 책리뷰] (0) | 2025.03.31 |
---|---|
갈매기의 꿈 - 리처드 바크 [세계문학전집 책리뷰] (0) | 2025.03.31 |
동백꽃 - 김유정 [한국문학 책리뷰] (1) | 2025.03.31 |
큰바위얼굴 - 너새니얼 호손 [세계문학전집 책리뷰] (0) | 2025.03.30 |
소나기 - 황순원 [한국문학 책리뷰] (0) | 2025.03.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