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과학 토크쇼 <취미는 과학> 8화 ‘유사 과학, 어디까지 과학인가?’는 과학과 비(非)과학 사이의 미묘한 경계를 날카롭게 파고든다.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사주·별자리·MBTI부터 해독 주스·옥장판·음이온 발생기까지, 우리가 무심코 믿는 ‘유사 과학’의 실체를 전문가들의 솔직한 고백과 함께 살펴본다.
출연진
이번 8화에는 MC 데프콘과 함께 과학 커뮤니케이터 항성, 진화생물학자 이대한 교수, 화학자 장홍제 교수, 과학 철학자 이상욱 교수가 출연해 유사 과학의 매력과 함정을 다각도로 분석한다. 각자 전공과 경험을 바탕으로 “이건 과학인가?”를 묻고, “왜 믿게 되는가?”를 파고드는 토론을 펼친다.
내용 요약
방송 초반부에는 사주·별자리·MBTI 같은 대표적인 유사 과학 사례를 짚어본다. MC 데프콘은 “매년 설날이 되면 어김없이 사주를 보러 간다”며 솔직히 털어놓고, 패널들은 이 같은 관행이 과학적 근거보다는 ‘심리적 위안’과 ‘소속감 형성’에 기인한다고 분석한다. 이대한 교수는 “사람들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단순하고 명확한 설명을 선호한다”고 설명하며, MBTI 테스트가 단순화된 성격 유형으로 자신을 규정해주는 매력을 지닌다고 덧붙인다.
중반부에는 장홍제 교수와 항성이 각자의 ‘유사 과학 체험담’을 공개한다. 장 교수는 “20대 시절 타로 카드와 악마 소환술 책에 심취해 있었다”고 고백해 스튜디오를 웃음바다로 만들고, 항성은 “해독 주스만 마시면 만병이 낫는다는 주장에 혹해 한 달간 다이어트를 시도했다”고 털어놓는다. 이들의 경험담은 “과학자도 일상적 유혹 앞에서는 예외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하며, 시청자들에게 스스로의 믿음을 되돌아보게 한다.
이상욱 교수는 “유사 과학과 과학의 본질적 차이는 ‘반증 가능성(falsifiability)’에 있다”고 짚어낸다. 그는 “과학은 언제든지 반박될 수 있는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지만, 유사 과학은 반증을 회피하거나 결과를 자기 유리하게 해석한다”고 강조한다. 이대한 교수도 “과학적 탐구는 끊임없는 의심과 재검증의 과정”이라며 동의하고, 실험 설계와 통계 해석에서 흔히 발생하는 오류 유형을 예로 들며 비판적 검토의 중요성을 설명한다. 이 과정에서 ‘피셔의 유의확률(p-value)’과 ‘재현성 위기(reproducibility crisis)’ 등 최신 과학계 이슈도 간략히 언급되어, 과학적 방법론의 복잡성과 정교함을 실감하게 한다.
마지막에는 시청자들이 직접 일상 속 유사 과학 사례를 찾아보고, ‘의심 질문 리스트’를 작성해보는 미션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광고 문구의 “임상 시험 완료”라는 문구를 만났을 때 “몇 명을 대상으로 언제 어디서 진행했는가?”를 묻는 식이다. 이 미션은 단순 시청을 넘어, 과학적 태도를 체득하도록 유도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주요 이론
반증 가능성 (Falsifiability)
20세기 과학철학자 칼 포퍼(Karl Popper)가 제시한 기준으로, “과학적 이론이란 반증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즉, 어떤 주장이 아무리 정교해 보여도, 그것을 실험이나 관찰로 ‘틀렸음’을 입증할 수 없다면 과학이 아니다.
예컨대 “해독 주스가 만병을 고친다”는 주장은 어떤 조건에서든 반례를 제시해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과학적 이론으로 볼 수 없다.
재현성 및 재현성 위기 (Reproducibility & Reproducibility Crisis)
과학적 방법론의 핵심은 ‘어느 연구자가 같은 절차를 따라도 동일한 결과를 얻어야 한다’는 재현성(reproducibility)이다.
최근 심리학·생명과학 분야에서는 동일 실험을 반복해도 결과가 일관되지 않는 ‘재현성 위기’가 불거졌다. 이대한 교수 토론 중 언급된 바와 같이, 유사 과학은 애초에 엄격한 재현 실험 자체를 거부하거나 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이 위기를 더욱 심화시킨다.
가족 유사성 이론 (Family Resemblance)
철학자 비트겐슈타인(Ludwig Wittgenstein)이 제시한 개념으로, 과학과 유사 과학이 뚜렷한 경계가 없고 ‘서로 닮은 부분’이 모여 있지만, 보편적 공통 속성은 없다는 주장이다.
이 관점은 “어떤 현상을 과학이라 부를 것인가”를 단일 기준이 아닌 다층적·맥락적 판단으로 보게 한다.
확증 편향 및 심리적 동기 이론 (Confirmation Bias & Motivated Reasoning)
사람들은 기존 신념을 강화하는 정보만 선별적으로 받아들이는 ‘확증 편향’을 보인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확실한 답을 제공하는 유사 과학이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이유다.
이대한 교수는 “불안 해소를 위한 단순 명쾌함”이 유사 과학의 매력이라고 설명하며, 이를 ‘동기화된 추론(motivated reasoning)’으로 연결 지었다.
과학 패러다임과 전환 (Scientific Paradigm & Paradigm Shift)
토마스 쿤(Thomas Kuhn)이 '과학 혁명의 구조'에서 제시한 개념으로, 과학 발전은 점진적 축적이 아니라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본다.
유사 과학 사례를 다룰 때, 기존 과학 패러다임 내에서 설명이 어려운 현상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오인되는 위험이 있음을 경고한다.
이들 이론은 <취미는 과학> 8화에서 단순 소개를 넘어, “왜 우리는 과학적 근거보다 유사 과학적 설명에 끌리는가?”, “과학과 유사 과학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를 이해하는 틀을 제공한다. 반증 가능성·재현성·조직적 회의주의 같은 기준을 숙지하고, 일상에서 만나는 주장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이 회차의 핵심 메시지다.
'취미는 과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취미는 과학] 10화 삼엽충, 5억 년 전 한반도는 어떻게 생겼나? (0) | 2025.04.15 |
---|---|
[취미는 과학] 9화 곤충, 세상에 왜 이렇게 많을까? (0) | 2025.04.11 |
[취미는 과학] 7화 자연지능, 왜 인공지능을 만드나? (2) | 2025.04.08 |
[취미는 과학] 6화 불안, 내가 문제인가? 뇌가 문제인가? (0) | 2025.04.08 |
[취미는 과학] 5화 디스토피아, 과학이 우리를 구원할까? (0) | 2025.04.06 |